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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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intext

「이건 맹약의 증표이자 당신을 향한 내 도전이야」
「내 모든 지혜를 이 돌 자물쇠 안에 숨겨 놓았어」
그는 첫 만남에서 소매가 큰 옷을 입은 소녀가 진지하고 엄숙한 척하며 증표를 바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어리석었다. 아직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그는 과거 유리백합이 만발하던 들판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유리백합 속에서 그녀와 나눈 말도.
「저 조그만 사람들은 티끌처럼 작고 연약해」
「아주 작아서 언제 재앙이나 사고로 죽을지를 항상 두려워하고 있지」
「두려워하고 있기에 더 똑똑해지려고 노력하는 거라는 걸 난 알아」
「당신 힘에는 많이 못 미치니까 기술과 지혜를 사용하면 될 것 같아」
「당신의 힘과 내 두뇌가 함께한다면… 이 도시도 엄청 대단해지겠지」
그녀는 마지막에 쓸쓸하게 웃더니 천천히 아주 작은 먼지가 되었다.
「역시 당신과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아. 자물쇠에 관한 일은 잊어」
「이건 맹약의 증표이자 당신을 향한 내 도전이야」
「내 모든 지혜를 이 돌 자물쇠 안에 숨겨 놓았어」
「만약 이걸 열 수 있다면——」
몇 년이 지나도 그는 이걸 열 수도 그리고 뒷말을 알 수도 없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야생 유리백합도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