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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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도라고 하는 것은, 번잡함을 베어버리는 무기다
치도를 지닌 자는, 영원함을 수호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천둥 구름 위에 군림하는 자가 그녀가 사모하는 속세를 굽어볼 때
천박한 분쟁과 번뜩이는 집욕은 물거품이 된다…
쟁탈이란, 무의미한 애착과 광욕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영원함의 세상의 적이다
영원불변의 세상을 교란시키는 잡초는 천둥번개에 의해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의 눈동자에는, 또 어떠한 영원이 비춰질까?」
여전히 또렷한 기억 속, 앵두나무 아래서 술을 마시던 그 신이 물었다
정말 의미 없는 질문이군
그때 주었던 답은 술 때문에 기억나지 않지만
그러나 이 외로운 사람은 이제 수많은 추억 속에서 답을 얻었다
감미로운 과실을 얻기 위해서는 과실을 솎아내야 하고, 최고의 도료를 얻기 위해서는 색이 바랜 꽃을 따내야 한다
영원함이 깃든 적막한 광토에는, 그 어떤 번잡함도 용납할 수 없다
「그렇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권위의 칼날로 만생의 집착을 베는 것도, 자유로운 생멸을 꿈꾸는 것을 멸하는 것도…」
「이렇게나 논쟁을 받아들이지 않고, 득실을 따지지 않는 조용한 세상은, 기억을 잃는 미로일지도」
영원함의 심장 속에, 과거의 벗이 당부했던 것과 같이, 앵두의 향기은 마치 오늘의 것과 같다
하지만 나는 너를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내가 천백 년간 사라져간 모든 것을 잊지 않은 것처럼
결국…
결국에 깊은 어둠이 소중한 사람을 삼켜버리는 광경을 목격하고서
어찌 끝나지 않는 생멸과 풀리지 않는 숙명을 원수로 보지 아니하겠나
누구도 현세의 덧없음과 뒤에 없을 독락을 거스를 수 없다면,
마음속 속세의 정토를 그녀가 사랑하는 나라로 가져가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