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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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intext

신사에서 길흉을 점치는 특제 점괘통에는,
여우가 붙는 행운이 있다고 한다
점술은 길을 잃은 사람의 질문이기 때문에 길흉을 막론하고 모두 해답이다
한마디로 세상에 망연자실한 질문자만 있을 뿐 부정확한 점술은 없다
신사에서 공부한 시간은 큰 도움이 되었고, 우둔한 나도 여우 어르신의 논리를 배울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요고우 텐구님 신세를 지지 않고도, 딸이 생겼다
멍청이 아저씨 콘부마루도 쇼군님의 하타모토가 되어 명망 높은 무사 가문의 딸을 맞이하게 되는데…
「정말 귀여운 아이였다. 종일 전쟁 생각만 하던 텐구님도 조금은 어머니의 감정이 생겼으니…」
「하지만… 신사는 어쩐지 항상 어린아이들의 생기가 빠져 있는 것 같네, 그런 건 싫은데. 히비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건 어떨까?」
평소와 다름 없이, 여우 어르신은 다소 심한 농담을 던지며 벚꽃주의 취기를 머금은 채 내게 다가왔다
「그런 얼굴 하지 마, 히비키. 재궁 어르신이 점 한번 쳐줄까, 응?」
「어머, 대길이야! 봐봐, 대길이라구!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아?」
「어르신이 모든 흉첨을 뽑아 가셨잖아요. 저 놀리지 좀 마세요, 재궁 어르신…」
「아니… 이 점괘의 의미는, 네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네 영원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는 의미야」
그러니까, 꿋꿋하게 살아. 이 세상에 오래오래 살아남아줘
소중한 사람이 다 떠나가도 너만 살아있다면,
그분들과 함께한 세월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