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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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의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는 시계는 암담한 날에도 빛을 잡을 수 있다.
리월이 악의에 찬 어둠에 위협 받던 때, 이 시계는 전사들에게 따뜻함을 주었다.
야차 곁에서 전투를 치르며 병사들도 업장을 쌓고 살육에 물들 수밖에 없었다.
살육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천암군은 시계로 전투 시각을 묵묵히 기록했다.
통일된 속도와 규율에 따라 전임 병사들은 후임들로 교체되었다.
이들은 야차와 용사들이 함께 스러진 층암거연의 깊은 곳까지 진퇴를 거듭했다.
백 년 후, 별빛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하던 이 시계는 광부들에 의해 발굴됐다.
시정에는 검은 도포를 걸친 골동품 수집가가 시장을 거닐다가 높은 가격으로 이 금동 시계를 구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시계를 판 사람은 내막을 알아내려고 시도했지만, 골동품 수집가는 여러 핑계를 대며 말을 아꼈다.
그의 목적이 뭔지 답을 낼 수 있는 건 도도하게 흐르는 시간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