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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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intext

끝없이 불타오르고 부서지는 붉은 새의 깃털.
아주 오래 불타도 다 타버리지 않는다.
지옥불로 가득한 길을 선택했기에 그녀가 걸었던 들판은 오직 잿더미만 남아있다.
비록 그녀가 불태운 것이 모두 사람을 해치는 마물일지라도 먼 곳에서 화광이 번뜩일 때면
사람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화염의 마녀를 쫓아냈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누군가가 모든 상처를 태워버려야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이해와 위로, 그리고 동정 따윈 필요 없다.
마녀의 말 없는 쓸쓸함을 이해해 주는 건 오직 그녀 곁에 내려앉은 새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