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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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intext

뇌조가 남긴 깃털이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어쩌면 파멸된 부족이 존재했던 마지막 증거일지도 모른다.
고대의 부족은 뇌조를 수호신으로 여겼으나, 뇌조는 부족을 하루 아침에 파멸시켰다.
어느 침울한 밤에 그는 일찍이 소년과 티 없이 맑은 우의를 쌓았었다.
뇌조가 날개를 펼치고 떠난 후 소년은 뇌조가 우연히 떨어뜨린 깃털을 주웠다.
「다음에 소나기와 함께 오면」
「내가 다른 노래를 불러줄게」
지키지 못한 약속은 뇌조를 회의감 속에 발광하게 했다.
뇌조는 잿더미로 변한 산림을 떠났다.
몇 년 후 뇌조는 요물로 간주되어 토벌을 당하고 만다.
수년 후, 잿더미가 됐던 땅에는 다시 푸른 나무들로 가득 찼다.
이전 뇌조의 깃털도 초목 사이에 묻히게 된다.
하지만 둘의 이야기는 이미 부족과 함께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