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12 lines
775 B
Plaintext

온갖 시련을 겪고도 오늘날까지 내려온 짙은 남색의 화살깃.
바람을 맞이하여 진동할 때면 마치 음악소리가 깃털 끝부분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착각이 든다.
떠돌이 악단의 하프 연주자이자 뛰어난 궁수인 그는
부드러운 하프 소리로 새를 현혹시킨 뒤, 바로 화살로 새를 쏘아내린다고 한다.
새를 위해 죽음의 곡을 연주할 때면 하프 연주자는 항상 눈을 감곤 했는데,
이것을 악사의 자긍심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사냥꾼의 인자함이라고 말하는 동료도 있다.
가여운 희생양에게 하프 연주자의 화살이 박히게 되면
맑은 하프 소리도 무정한 죽음을 알리는 애절한 소리로 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