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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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intext

멀리서 온 여행자가 이 꽃을 가슴에 걸었다.
구속 없는 방탕한 생활을 위해 여행자는 휘황찬란한 고향을 등졌다.
그는 타향의 달콤한 술처럼 맑은 호숫가에서 눈썹을 찡그린 소녀와 우연히 만났다.
「멀리서 온 여행자야? …뭐, 누구든지 상관 없지」
「악사였어? 그럼, 화려하기만 한 말과 음악으로 날 모욕하지 말아줘」
「이것 하나만 기억해줘. 지금의 나를」
「『명절』의 제물로 바쳐지기 전의 나를」
고향을 등지고 멀리 떠나온 여행자가 이 꽃을 가슴에 걸었다.
그는 자신을 제외한 누구도 사랑하지 않기에 언제든지 모든 걸 버릴 수 있다.
이런 그가 약속대로 소녀를 기억하고 위험을 무릅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