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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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intext

전화에 이어, 검은 여우 이타루는 시비를 걸러 곧장 마을로 향했다. 헌데 길가에 나무꾼 행세를 했되 허리에 각각 칠척 야태도와 단태도, 와키자시로 무장한 여인 두 명을 보게 된다. 그야말로 전신무장을 한 채 예봉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던 것이었다
검고 튼실한 형체가 성큼 다가오자, 먼지바람이 날리고 땅이 진동했다. 두 여인은 경계를 하며 검자루를 잡고 물었다:
「게 누구냐? 설마 요괴는 아니겠지!」
그 형체는 대답했다:
「하하, 정확하게 알아맞혔구나, 내가 바로 요괴다!」
두 여인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앞으로 나서서 검을 뽑아 들며 휘둘렀다. 헌데 웬걸, 한 발짝 물러서던 요괴는 이내 몸을 돌려 두 사람의 손목을 비틀었다. 그러자 7척 길이의 대태도가 덜그덕, 바닥에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두 여인은 깜짝 놀라 단태도를 뽑아 들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ㅡ검은 여우는 억센 손바닥으로 한 여인을 날려버렸고, 다른 한 여인을 병아리 들듯이 껴안고 들어 올렸다. 그렇게 한 여인을 들쳐멘 달이는 나막신을 신은 발로 쓰러진 여인의 가슴께를 짓밟았다
「『토카쿠시의 쌍귀』? 내 작년에 너희 자매가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혼쭐을 내주지 않았더냐? 오호라, 아직도 혼이 덜 난 게로구나!」
그 말에 두 여강도는 부끄럽기도 하고, 부아가 치밀기도 했지만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연신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그때, 검은 여우 이타루가 두 사람을 땅바닥에 내던지며 입을 열었다:
「됐다. 어차피 백진 어르신께 쫓겨난 몸, 이젠 주인 없는 요괴일 뿐이다. 거기 너희 둘, 나와 같이 떠돌면서 의를 행하자! 적어도 지루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