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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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intext

앞서 발생한 비극 때문에 전의 일지는 회수하지 못할 것 같다.
고찰 기록을 잃은 것은 매우 아쉽지만, 환경이 너무 위험하다.
결국 우린 그 거대한 문을 열지 못했다.
벽화든 잉베르트 어르신이 매우 기대하던 고대 무기든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했다.
<color=#FFE14BFF>설산 영지의 야영지</color>로 돌아왔을 때 전에 눈보라에서 잃어버린 동료들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희망스럽진 않지만, 그들이 무사히 산을 내려가 보급품과 구조대를 데리고 돌아오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보급품이 거의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잔혹할 수 있지만, <color=#FFE14BFF>밀실의 커다란 문</color> 앞에서 있었던 붕괴 사고는 닉과 닉이 보관하던 연료와 식량을 모두 앗아갔다.
분명 유적을 탐사할 때는 구조의 안정성을 먼저 확인하라고 말해줬는데. 분명히 말해줬는데…
어쩌면 요 며칠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나를 이렇게 냉철하게 바꿔놓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절망적인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일지도.
그렇기에 에버하트 도련님은 더욱 대단한 것 같다. 이런 일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니. 어쩌면 이것이 바로 진정한 귀족 자제의 기개겠지.
란드리치 어르신은 역시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
비록 사생아일지라도 그 또한 가문의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우리는 눈보라가 조금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에버하트 도련님이 제안에 따라 <color=#FFE14BFF>남서쪽의 유적 지하</color>에 간다.
그의 해독에 따르면 거긴 어쩌면 아주 오래전에 남겨진 물건이 있을 수도 있다.
믿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 독특한 추위라면 물자는 충분히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동료들의 기대를 절대 저버려선 안 된다.
…당연히 란드리치 어르신의 기대를 저버리는 건 더욱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격투장에서 마물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마물을 이기더라도 에버하트 도련님의 늙은 노예처럼 로렌스 가문의 그 붉은 머리 사신의 검에 쓰러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