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ror of
https://github.com/Koko-boya/Grasscutter_Resources
synced 2024-01-31 23:23:19 +08:00
58 lines
4.6 KiB
Plaintext
58 lines
4.6 KiB
Plaintext
신들이 아직 땅에 내려오기 전, 지금 만인이 존경하는 암왕제군도 여러 신들 중 하나였죠.
|
|
그 시절, 항간엔 암왕제군이 냉혹하고 사심이 없는 신이라는 소문이 돌았어요. 그는 일처리가 공정하고 과단성 있지만, 암석처럼 딱딱하고 감정이 없는 신이었죠.
|
|
그래도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믿었어요. 그가 공평한 거래와 안전하고 질서 있는 삶을 지켜주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바위 신도 사람들의 신앙에서 자신의 존재와 힘을 키워 나갔죠.
|
|
|
|
하지만 아무리 신이라도 사람들의 신앙과 의문을 좌지우지할 순 없었어요.
|
|
공정함을 지키는 신이라도, 논리정연한 규칙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을 수는 없는 법이죠.
|
|
|
|
전에 명온 마을에는 유쾌한 성격에 세상을 우습게 아는 옥장이 있었어요. 의뢰를 받을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마지막 날에 작품을 완성했어요.
|
|
|
|
손님이 맹수를 정복한 사냥꾼의 초상화를 원하면, 허겁지겁 도주하는 멧돼지를 새겨주었죠.
|
|
손님이 연유를 물으면 이렇게 답했어요.
|
|
「맹수를 정복한 사냥꾼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 용맹한 기세로 맹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할 것입니다.」
|
|
|
|
손님이 막강한 권력을 쥔 높은 분이면, 화려한 권좌를 새겨주었어요.
|
|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답했죠.
|
|
「아무리 높은 권력도 백 년을 못 넘기니, 이 권좌가 더 오래갈 것입니다」
|
|
|
|
이러니 명온 마을에서는 이 옥장을 「괴짜」 취급했지요. 하지만 상업이 발달한 리월항에서 부유한 큰손들은 이를 흥미롭게 여기고 그에게 옥기를 주문했어요. 그의 기발한 답변을 듣고 싶어서였죠.
|
|
|
|
——————
|
|
|
|
어느 날 밤, 한 여인이 옥장의 공방을 찾아왔어요.
|
|
그 여인은 검정 도포를 걸쳤어요. 유리처럼 빛나는 달빛 아래에서 그녀의 눈동자는 호박처럼 반짝거렸죠.
|
|
처음 만난 여인이었지만 둘은 금새 이야기가 통했어요. 참 이상하게도 그녀는 명온 마을의 광맥과 옥 광산을 다 알고 있었어요. 천지 경관을 자매처럼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옥과 금석을 사랑하는 여인처럼 말했어요…
|
|
하지만 사람과 풍습, 처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죠.
|
|
인간사에 어둡거나 말하기 싫었던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쨌든 보통 신분은 아닌 게 분명했어요.
|
|
적어도 옥장은 이렇게 추측했죠.
|
|
|
|
「암왕제군의 얼굴이 새겨진 옥패를 주문하고 싶어요」
|
|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 공방을 떠날 때가 되서야 여인은 요구 사항을 말했어요.
|
|
「하지만 상상으로 바위 신의 모습을 조각하면 안 됩니다. 반드시 직접 본 대상을 본보기로 암왕제군의 진짜 모습을 조각해주세요.
|
|
「그렇지 않으면 모라를 한 푼도 드릴 수 없어요」
|
|
|
|
둘은 기한을 사흘로 약속했죠.
|
|
|
|
첫째 날, 옥장은 벗의 연회에 참석하여 이야기판을 벌렸어요. 그 어떤 의뢰도 받지 않았구요
|
|
|
|
둘째 날, 옥장은 옥을 찾으러 산에 갔어요. 하루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았지요.
|
|
|
|
셋째 날, 옥장은 드디어 문을 닫고 옥을 다듬기 시작했어요. 새벽부터 몰두하여 단숨에 작품을 만들어냈죠.
|
|
|
|
초승달이 뜰 때가 되자, 호박 같은 눈동자를 지닌 여인이 다시금 찾아왔어요.
|
|
옥장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작품을 내놓았죠——
|
|
아름다운 옥패에는 여인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어요.
|
|
|
|
여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쓰며 물었죠.
|
|
옥장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
|
「첫째 날, 여러 지혜롭고 박식한 사람들에게 암왕제군이 원칙을 행하는 방식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뼈대에 불과했죠.
|
|
「둘째 날, 산으로 가서 종일 바위를 관찰했습니다. 원소의 성장에 귀 기울이며 암왕제군의 피조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죠. 하지만 그건 피와 살에 불과했어요.
|
|
「셋째 날, 눈을 가리고 하고 싶은 대로 박옥을 조각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손 가는 대로했죠. 그건 바로 영혼이었죠」
|
|
|
|
옥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
|
「하지만 왜 이렇게 조각된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
|
|
|
여자는 옥을 조각하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
|
「재밌네요. 이걸 보고 있자니 또 다른 이야기가 생각나요…」
|
|
|
|
그녀는 호박색 눈을 뜨며 말을 이어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