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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책산 죽림에 밤은 언제나 빨리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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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달빛은 날카로운 대나무 그림자에 조각조각 잘렸다. 개구리 소리와 매미 울음이 잦아드는 곳, 은색 달빛이 비치는 구석에서 새로운 죽순 몇 대가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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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책산 죽림에는 여우 귀신 이야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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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흰옷의 소녀는 소년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모두 소년이 들어본 적 없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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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하늘에는 달이 세 개 였어. 그녀들은 자매였지. 그녀들은 리월항의 기암보다 오래 전에 태어나 바위 신보다도 수명이 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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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시와 노래의 딸이요, 월야의 제왕이야. 그녀들은 은빛 가마를 타고 달을 돌았어. 한 바퀴 돌 때마다 자매가 차례로 왕위를 맡았지. 대재앙이 강림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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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달은 모두 새벽을 알리는 별을 사랑했어.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순간에만 자매 중 하나가 어두워지는 별을 뚫고 새벽의 별의 침실에 갈 수 있었어. 이후 아침해가 뜨면 밤의 제왕은 마차를 타고 황급히 사라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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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는 한 사람을 깊은 마음으로 사랑했지. 서로를 사랑했던 것처럼. 세상이 뒤집어지던 대재앙이 강림하기 전까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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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재앙이 제왕의 마차를 뒤엎고 별의 궁전을 파괴했어. 밤하늘의 세 자매는 서로 반목하며 원수가 되어 죽음으로 이별할 수밖에 없었고, 남겨진 창백한 시체는 차가운 빛을 발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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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고개를 들어 대나무숲 사이로 비치는 달을 바라봤다. 가는 목이 은빛으로 물들었고 금빛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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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무리는 달의 자식이다. 그들은 대재앙이 가져온 비참함을 기억하고 있지. 그래서 늑대들은 보름달이 뜰 때마다 어머니의 운명을 위해 우는 거야…. 그리고 늑대 무리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은 별과 달에서 살아남은 연인으로 곡성이라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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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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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잠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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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마을의 연장자들이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어쩌면 가장 나이 많은 연장자인 장로도 이 전설을 들어본 적 없을지도 모른다. 이건 여우의 시집과 요괴가 달라붙는 이야기보다 더 웅장하나 암왕제군이 요괴를 무찌른 전설보단 생동감이 부족했다. 마치 허무맹랑한 꿈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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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전에 잊힌 전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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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의 소녀가 소년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눈꺼풀이 내려가고 눈 안의 황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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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건곤을 정하기 이전에 신들이 대지를 거닐었고 수많은 선인들도 여기서 살았어. 하지만 그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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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부서진 기억과 기억의 파편들이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전해 내려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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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뛰어넘는 오래된 기억은 설사 신령 혹은 선인이라도 감상에 젖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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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옆의 소년이 벌써 깊은 꿈에 빠져있는 걸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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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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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어이없는 듯 웃고는 도롱이을 벗어 소년의 몸에 덮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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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소년은 꿈속에서 밤 하늘에 떠 있는 세 개의 달과 마차가 멈춰있는 별의 궁전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