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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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인지 모를 끝이 보이지 않는 민들레 밭에 서서, 바람이 일 때마다 하늘하늘 흩날리는 민들레를 보며 난 깨달았다.
「사냥하면서 쫓다가 갑자기 사라진 여우들이 다 여기에 숨어있었구나」
난 이렇게 생각했다.
「참 아름다운 곳이야」
꼬마 여우에게 말을 가르쳐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뭔가 텅 빈 것만 같았다. 마치 바람이 마음속에서 윙윙 부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호수에 잠긴 보석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이야기할 때면, 이젠 말을 걸 기회가 없어진 아주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애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까닭에 꼬마 여우랑 같이 있을 때면 마치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이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은 즐거우면서도 서글펐다.
여우는 내가 여기에 남아 그녀의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쳐주면
「여우의 요술을 가르쳐줄게요」
라고 약속했다. 그 진지한 모습에 힘이 나곤했다.
요술을 배우면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을 텐데, 얼마나 높이 날 수 있을까? 물고기가 되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머스크 암초에도 가고 싶어.
「아, 사냥에도 도움이 되겠지?」 「고기 없이 삶은 무만 먹을 일은 없겠네」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바람에 따라 흩날리는 민들레 밭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꼬마 여우의 학습 속도는 무척 빨랐다! 말하는 법뿐만 아니라 셈하는 법, 무를 심는 방법 또 유리를 갈아 끼우고 식칼을 다듬는 방법까지 전부 가르쳐줬다.
우린 쉴 때마다 수다를 떨었다.
「왜 사람의 말을 배우려고 하니?」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
「사람으로 변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요」
난 계속 물었다.
「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데?」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