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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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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도시에는 바위와 파도 소리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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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이 부는 곳에서 눈을 감은 채 시끌벅적한 상가를 뒤로하고 49걸음을 걷는다. 인기척이 사라지고 심장이 뛰는 소리만이 남았을 때 눈을 뜨면, 어느새 작은 가게 앞에 있는 걸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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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신가요?」 도롱이를 걸친 남자가 가게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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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먼지 덮인 유리창을 통해 가게 안에 진열된 상품을 본다. 병안에 담겨 형광빛을 발산하는 스타더스트, 얼음같이 빛나는 끊어진 칼날, 오래된 두루마리, 기이한 안개에 둘러싸인 단약, 서리가 얕게 서린 기왓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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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간 뒤 가게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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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카운터 앞으로 걸어와 이 시대의 것이 아닌듯한 기묘한 골동품들을 자세히 살펴볼 때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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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마음에 들거나, 원하시는 거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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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어리둥절해하며 돌아보니 눈매가 여우 같은 가게 주인이 미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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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증표 하나를 원해. 과거의 은원을 풀 수 있는 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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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목청을 가다듬는다. 외모와 달리 목소리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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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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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은 반짝이는 황금 눈동자로 남자가 걸친 젖은 도롱이를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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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가게 주인이 몸을 돌려 카운터를 뒤적거리다 정교한 콜 라피스 하나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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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라피스는 마치 가게 주인의 눈동자처럼 그녀의 손 위에서 어두운 황금빛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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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콜 라피스를 건네받고 달빛 아래에서 자세히 관찰한다. 달빛이 투영되며 따사로운 황금빛 아래 깊은 폭풍이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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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이 여전히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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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라피스는 바위 신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변이하다 보면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응결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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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다. 남자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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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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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감사의 말을 전하며 모라 한 주머니를 카운터에 올려놓고 밤비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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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말은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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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은 말을 끝내고 여우 같은 눈을 치켜뜨며 앞에 서있는 손님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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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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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처럼 생긴 젊은이의 다급함이 느껴졌지만 가게 주인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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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자국이 있는 모라 한 주머니를 놓고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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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의 목소리는 물처럼 잔잔하고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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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내가 원했던 물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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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일부러 가게 주인의 황금빛 눈을 피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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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의 의미로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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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은 이에 동의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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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롱이를 걸친 남자와 전 예전에 같이 산에서 돌을 캔 적이 있어요. 그는 출세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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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폭풍우가 치던 밤에 우린 바위 하나를 쪼개다 그 콜 라피스를 발견했어요. 그 또렷한 황금색 표면에서 새어 나오는 광택은 절운간의 모든 걸 집어삼킬 정도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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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항구에 돌아가 5대 5로 나누기로 약속했죠. 근데 그날 밤 전 빗속에서 은밀하게 그를 밀쳐 절벽 밑에서 영원히 잠들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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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무서웠어요. 그리고 그를 믿을 수도 없었고 게다가 허무맹랑한 선인만이 우리의 약속을 들었다는 건 더 믿을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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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공포가 저를 집어삼켰고… 전 친하지 않은 동료가 제게 주는 위험보다 피가 묻은 돈을 더 믿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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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전 밧줄을 매고 절벽을 내려갔어요. 여섯 걸음 정도 내려간 뒤 발을 바위 위에 올렸을 때 갑자기 손에서 나는 불길한 떨림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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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개를 들어 밧줄을 쳐다보니 이미 너무 늦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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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마지막에 본건 밧줄이 끊어진 자국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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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칼에 잘린 흔적인 걸 저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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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린 서로 비긴 셈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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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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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콜 라피스를 손에 넣었고, 당신은 모든 걸 청산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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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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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의하면 콜 라피스는 바위의 심장으로 영성을 지닌 바위일수록 사람의 성격을 반영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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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주인이 죽어도 콜 라피스 안의 기이한 영성은 그 욕망과 아쉬움을 현세로 들고와 이를 해결해줄 이를 찾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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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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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손님이 떠난 지 4시간이 지났지만 비는 아직도 계속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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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은 창가에 서서 비가 내리는 골목길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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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들은 진짜로 책임에서 벗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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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