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ror of
https://github.com/Koko-boya/Grasscutter_Resources
synced 2024-01-31 23:23:19 +08:00
25 lines
2.3 KiB
Plaintext
25 lines
2.3 KiB
Plaintext
「여우야 착하지~ 움직이면 안 돼~」
|
|
이건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말이다. 여우를 잡을 때 이 말을 하고 나면 활을 당기는 손이 떨리지 않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
|
활을 쏘려고 하는 순간 난 고개를 든 여우와 눈을 마주쳤다. 여우의 눈동자는 마치 호수처럼 반짝거렸고 부서진 보석 같았다.
|
|
내 마음은 막 폭풍우가 지나간 것처럼 어지럽기 그지없었다. 빗나간 화살에 여우 곁에 있는 얼음이 깨졌다. 여우는 꼬리를 꺼낸 뒤 날 한번 보더니 바로 숲속으로 사라졌다.
|
|
정신을 차린 뒤 바로 뒤쫓아 갔지만 여우보다 빠른 사람은 없을 터…
|
|
흰색 여우의 뒤 모습은 점점 작아져 흰색의 점이 되어 내 시야 속에서 사라졌다.
|
|
「여우야——! 잠… 잠깐만——」
|
|
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힘껏 소리쳤다.
|
|
내 소리를 들었는지 여우의 동작도 느려졌다.
|
|
「날 기다리는 건가?」
|
|
난 이렇게 생각했다.
|
|
「정말로 도망을 친다면 여우가 사람보다 느릴 수 없잖아」
|
|
여우는 신기한 동물이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처럼 평탄하고 한눈에 끝이 보이는 곳에서 달리더라도 여우는 종종 어디론가 사라지곤 한다.
|
|
마치 다른 세계에 간 것처럼…
|
|
이렇게 생각하니 더욱 확신이 들었다.
|
|
「흰색 여우가 날 기다리고 있는 거야. 틀림없어」
|
|
여우의 기다림을 믿고 흰색 점을 향해 얼마나 걸었을까? 걷는 도중에 갑자기 바람이 일었다.
|
|
난 몸을 떨었다가 다시 앞을 내다봤다.
|
|
「이상하다?」
|
|
흰 점은 갑자기 2개가 되었다.
|
|
그리고 또다시 3개, 4개가 되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많아지는지 마지막에는 셀 수 없이 많아졌다.
|
|
이때 흰 점이 갑자기 내 눈으로 날아들었다. 따금하여 눈을 비비니 주위에 있는 흰 점이 모두 흩날리는 민들레인 걸 알게 되었다. 여우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
|
난 헛웃음을 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
|
고기 없이 삶은 무를 먹었는데, 입에 맞지 않았다. 공복감을 전혀 달래지 못한 난 허기에 시달리다 잠에 빠졌다.
|
|
그러다 문밖의 자그마한 기척에 깨어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