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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 머나먼 명상의 나라, 「도비」라는 단어는 허상을 불태우고 진실과 마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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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칠십이랑의 발아래 있는 이곳——황폐한 산기슭에 있는 외딴 이 길 만이 도비장과 세상을 연결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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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둑해지고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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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칠십이랑은 도비장과 별 왕래가 없었지만, 지금은 원수를 갚기 위해서 장주를 만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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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레가 질퍽한 옛길을 따라 황량한 산기슭에 다다르자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먹구름은 새하얀 달빛을 가리며 끝없는 어둠이 내린다. 금칠십이랑이 어둠 속에 숨어 몸과 마음을 검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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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진 어둠 속에서 밝은 달빛이 장주의 머리 위를 비춘다. 도비장이 큰 마을은 아니었지만 장주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마을엔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감히 묻는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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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는 것이라곤 장주가 짊어지고 다니는 두터운 핏값과 새빨갛게 물든 눈동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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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동자는 검붉고 날카로워서 예리한 검처럼 언제나 사람 마음을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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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도 송곳처럼 날카로워 언제고, 누구든 찔러 죽일 것처럼 냉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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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 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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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가 고개를 젓자 차가운 달빛이 그의 민머리 위에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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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의 저택 밖에선 악귀가 피 묻은 장검을 휘두르며 그의 부하를 하나하나 쓰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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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장엔 간악한 사람들만 모여있다지만 어러 문파들이 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섣불리 원수를 찾아와 도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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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칠십이랑은 자신의 문파를 잃고 의협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는 굶주린 악귀처럼 고독하고도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쥔 채 원수의 피만을 갈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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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를 감싼 비바람이 검객의 몸에 묻어있던 피를 씻어냈지만 금세 또 새빨갛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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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검객이 붉은 비안개 속을 나아간다. 몸은 이미 만신창이였지만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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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속에서 붉은 안개가 걷히자 검객은 악의로 가득 찬 발걸음을 이끌고 장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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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의 소리가 줄어들자 장주는 느릿느릿 술잔을 들어 올리며 허공에 술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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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살기를 머금고 찾아온 검객을 미리 추모하기 위함이거나 더럽혀진 자신의 혼령을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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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자 금칠십이랑이 서 있다. 그는 온통 피범벅이 되어 문 밖에 한 치 앞도 안보이는 비바람과 대비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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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 물어볼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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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많은 목숨을 빼앗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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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없이, 딱 362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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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관자놀이에 세워진 핏대는 그의 마음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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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개도 한 마리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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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그림자가 뭔가를 술상으로 던지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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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집을 지키던 개의 뼈였다. 오랜 시간 끓인 듯 뼈는 깔끔히 발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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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 시진 동안 금칠십이랑은 마을에 있는 362명을 죽였을 뿐 아니라, 집을 지키던 개마저도 끓여서 국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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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잔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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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냉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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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부르짖으며 칼을 뽑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