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4 14:49: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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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아담한 축제용 가면, 과거 어느 미코의 소유였다
입가에는 엷은 미소를 띠고 있으나 두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다이샤에서 배움을 청한 지도 꽤 되는지라 스스로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자부할 수 있다
더 이상 아둔한 어린 시절의 내가 아니다. 이젠 혼자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내가 성장하면 할수록 재궁 어르신의 얼굴에는 나날이 수심이 깊어진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걱정도, 두려움도 아닌 그윽하고 슬픈 애틋함이었다…
「세상의 이치는 원래 무상하단다. 찰나에 사라지는 것에 미련을 두면 영원한 기억을 잃기 마련이지」
「기억을 잃는다는 건 생명을 잃는 것과 다름이 없단다. 영원하고 어두운 죽음이지」
이번엔 그 옅은 웃음으로도 슬픈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분명 축젯날인데도 마치 이별의 시간 같았다…
「참, 너도 콘부마루 그 바보 녀석 얘기 좀 해줘…」
「왜… 다 늙어빠진 여자가 그를 빼앗아가기라도 할까 봐 무서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