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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잡지 못해 삶은 무로 끼니를 채운 난 주린 배를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후에 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여우의 일도 아마 잊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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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 기척이 나는 것 같아 갑자기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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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우리집 무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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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벌떡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고 보니 문밖에는 자그마한 흰 여우가 서있었다. 어두운 밤 속에 서있는 여우는 마치 수면에 비친 한 줄기의 햇빛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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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낮에 봤던 그 여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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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호수에 잠긴 보석 같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 눈은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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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난 맨손으로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여우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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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여우는 가만히 서서 내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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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두 걸음… 가까이 갈수록 여우의 몸집이 점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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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우 앞에 서니, 여우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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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고 목이 길쭉하며 피부가 하얀 여인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호수 같았고 마치 부서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밤에서 수면에 비친 한 줄기의 햇살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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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답군. 그래, 내가 옛날에 좋아했던 여자애와 너무나도 닮았어.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그 아이와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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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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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우의 요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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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상하게도 「여우의 요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눈동자만 보면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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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이든 여우가 사람으로 변했든, 그 호수와 보석 같은 눈을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았다. 우린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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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공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난 알아 들었다. 이것도 여우의 요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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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전 호수에서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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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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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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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우는 은혜를 갚아야 된다는 도리를 알고 있어요 꼭 보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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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몸을 숙여 인사했다. 그녀의 긴 머리칼은 어깨 밑으로 물결치듯 흘러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