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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월은 천하의 진귀한 보물이 모이는 곳이다. 이런 곳엔 보물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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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재」 최초의 점주 민희는 바로 이런 독자적인 수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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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 언덕의 골동품점 「희고재」에는 품격 있는 손님이 자주 방문한다. 이 가게는 낮에 문을 닫고, 달이 뜰 때만 문을 연다.시시한 손님은 오지 않고 눈 높은 유명 인사들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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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타인의 정교한 손목시계, 수메르의 향, 몬드의 옛 왕실 유물인 술주전자, 선인이 잠시 앉았던 나무 의자, 바위 신이 차를 마셨던 옥 찻잔, 이웃 나라의 바람 신이 실수로 깨뜨린 도자기 술병… 등이 가게에 가지런히 진열돼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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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귀공자가 우연히 가게에 와서 진열된 여러 물품들을 세심히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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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그가 걸친 단정한 검정 상의와 호박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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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공자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민희는 한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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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골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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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부드러운 음성이 한밤중의 적막한 분위기를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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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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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는 미소를 짓더니 난감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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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교한 모조품에 관심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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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온전치 못한 오래된 옥패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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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그나마 온전한 무늬가 있는 쪽을 비췄다. 달빛은 털 같은 흠결을 지나 옥패 표면의 파인 곳을 쓸어내렸다. 옥패의 표면은 심하게 마모됐고, 가장자리는 무뎌져서 글씨나 그림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아마도 험난한 세월을 거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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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이라니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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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의 도발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하자 민희는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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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골동품점은 한 모험가가 심연의 폐허가 된 궁전에서 목숨을 걸고 발굴한 물품들을 파는 곳이다. 그녀는 가산을 거의 절반이나 써서 가까스로 이것들을 인수했다. 물건이 모조품이라면 손해가 막심할 뿐만 아니라, 보물 감정으로 유명한 「희고재」의 명성에 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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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는 장사를 망치러 온 이 손님에게 이 옥패를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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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살펴보고 평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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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2500년 전, 티바트 대륙엔 재난이 끊이질 않았죠. 마신들은 전쟁을 벌여 인간 세상도 영향을 받았어요. 그때는 일곱 나라가 없었지만, 사람들은 부락과 도시, 나라를 이루고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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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세월에 잊혀진 마신들도 전에는 자신을 기념하고 숭배하며 사랑해주는 백성들이 있었죠. 그 백성들은 해변의 조개와 산에서 구한 옥이나 돌멩이, 땅속의 보석에 신의 모습을 새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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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옥패는 그 시절의 유물입니다. 암왕제군을 숭배하는 고대 부족의 것이죠…. 물론, 그 시절 사람들은 암왕제군이라 부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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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들이 서로 죽고 죽이던 시절, 암왕제군이 일곱 나라를 위해 화폐인 모라를 만들기 전이었죠. 그래서 이 부락은 우연히 발굴한 금석에 암왕제군의 초상화를 새겨서 사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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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람들의 지혜는 놀랍답니다. 암왕제군이 손을 쓰기도 전에 길을 찾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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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는 자신의 품평을 음미하 듯 잠시 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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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달빛에 그의 몸이 다소 왜소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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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옥패는 아주 희소해요. 산골짜기에 묻혀 있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사람들이 정교하게 조각한 것들이라 똑같은 게 없어요…. 그래서 시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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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옥패는 근래에 만든 모조품입니다. 당신 아버지 대에 만들어진 걸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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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이 없는 건 옥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 옥패는 흠이 거의 없고 너무 투명해요…. 고대의 유물처럼은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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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성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 시대의 다른 유물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도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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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는 옥패를 들고 달빛 아래서 세심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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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 소문이 떠돌긴 하지만, 암왕제군이 여인으로 변신했다는 설을 증명하는 역사 책이나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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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공자는 젊었지만 노학자다운 풍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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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께서 모르시는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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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는 교활한 여우가 경험이 일천한 사냥꾼을 도발하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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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감상하며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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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