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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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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는 바람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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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장 중앙에서 눈을 감은 채 시계 방향으로 7바퀴 돌고 다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7바퀴 돈 뒤에 앞으로 14걸음 걸어간다. 바람 속의 새소리가 천천히 사라진 후에 눈을 뜨면 자그마한 가게 앞에 서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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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가 여우같이 가는 가게 주인이 긴 창문을 열면 보이지 않는 별들이 달빛을 타고 카운터 위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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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탕하게 핀 꽃이든, 먼지가 가득 쌓인 하르파스툼이든, 벌레가 먹어서 글을 알아볼 수 없는 책이든, 줄이 없는 활이든 모두 과거 왕실 귀족의 물건 마냥 무정한 달빛에 은색으로 뒤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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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요즘 장사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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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손한 목소리가 가게 안쪽에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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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돌아본다. 달빛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곳에 익숙한 「손님」 하나가 그녀의 팔걸이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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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 그냥 이제 도둑을 좀 막아야 할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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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이 살짝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로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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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을 문전박대하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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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한탄하며, 「네 가게엔 내가 훔칠만한 게 없어. 굳이 훔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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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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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또 장물을 처분하러 온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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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이 실망 섞인 소리를 내뱉자 주인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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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니지. 넌 한 번도 『장물 처분』이라는 말을 내뱉었던 적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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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 『증정』, 『기부』, 『양보』…. 골목을 주름잡는 도적인 너도 자선을 많이 베풀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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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냐. 오늘은 물건 하나를 『부탁』하려고 온 거야…. 그리움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밀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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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은 불손한 말투로 말하지만 입가엔 진심 어린 웃음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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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이미 팔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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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안에 있던 숨겨져있던 술병이 어느샌가 가게 주인 손에 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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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은 모두 자신만의 주인이 있어. 미래의 어느 순간엔 팔리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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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재주가 너보다 못하다니. 창피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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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이 태연하게 쓴웃음 지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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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알게 된 건데 그리움이 황금보다 무겁더라. 이 일을 하다 보면 지붕을 넘나들고 대들보 위를 뛰어다니는 게 부지기수라 무의미한 무게를 줄여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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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가 사파이어 같던 그녀는 이 무게를 알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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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주인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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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마치 들고 있는 창과 같이 굳센 파란 눈동자의 마녀로 얼굴에 귀족의 죄인 낙인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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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가게 안 어지럽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을 꿰뚫는 검처럼 바로 카운터로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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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마음에 들거나, 원하시는 거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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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하나를 넘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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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살얼음이 깨질듯한 목소리와 함께 커다란 파란색 수정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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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 하나가 귀족의 은잔에서 이 수정을 빼낸 뒤에 나에게 선물했어. 그것 때문에 주인이 날 벌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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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아주 오래 전 일이야. 시간이 지나면 원한을 잊고 그를 다시 만나고픈 마음이 줄어들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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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보물을 얼마에 파시길 원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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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찬장 속의 보석이 빠진 귀족 은잔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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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이 보석을 만지작거리자 맑은 파란빛이 가게 안에서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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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이게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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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하면 성과 없는 결말을 걱정하게 되고 사람의 마음속엔 공포와 균열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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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죽음이 공포와 함께 다가오며 뼛속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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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할 때서야 자신이 언제 흘린지도 모를 약점이 꿰뚫렸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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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처럼 가는 눈매를 지닌 가게 주인은 파란색 수정을 달빛에 비추며 과거 왕실의 휘장이 드러났다 사라졌다 하는 걸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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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시기에 맑은 보석을 통해 과거와 미래, 혹은 누군가의 진심을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마치 세계의 어떤 장소엔 바다처럼 드넓은 민들레 들판이 있다는 전설처럼. 마치 과거 하늘 떠있던 3개의 달인 아리아, 소넷, 캐넌 자매가 재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별했다는 전설처럼. 마치 죽음의 마녀를 바라볼 수 있던 사람이 마음속의 균열로 인해 결국 죽었지만 외국으로 도망간 도적이 그녀와 다시 만나길 기다린다는 전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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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 보물을 버린다고 해도 이 전설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이야기의 결말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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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차라리 이 전설들과 이야기 모두를 자신의 가게로 받아들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