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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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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는 바람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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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앞에서 눈을 감고 심장이 35번 뛰고 나서 시계 방향으로 7바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다시 7바퀴를 돌고 눈을 뜨면 작은 가게 앞에 도착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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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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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아무도 안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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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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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문에 달린 방울이 어둡고 어지러운 실내에 경쾌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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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햇살이 수정 같은 쇼윈도를 비췄다. 가게 안에는 그녀가 이해하기 힘든 물건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향하다 뭔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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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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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가는 주변의 물건들을 살펴봤다. 용도 불명의 기계 부품, 몹시 화려한 오래된 리라, 난해한 무늬가 조각된 깨진 기와, 흠집이 가득 난 족쇄와 수갑, 잊혀진 귀족의 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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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을 돌아보고 있을 때, 눈동자가 여우처럼 가늘고 긴 가게 주인이 슬며시 그녀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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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떤 왕랑의 어금니입니다. 어쩌면 예전에 얼음으로 뒤덮였던 그 땅을 기억하는 건 이 어금니와 신들뿐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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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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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마음에 드시는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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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잊게』 만드는 만드는 물건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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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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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가는 가슴을 움켜쥐며 급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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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중요한 사람이라고 해도 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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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눈을 가진 가게 주인이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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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이 잊고 싶어 하는 그 소년을 알아요. 눈이 달처럼 빛나는 소년이지요. 그는 오래 전에 사라져 당신의 가슴에 구멍을 남겼지요. 어떤 만남도 그 구멍을 메우지 못해요.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달빛처럼 손에 잡히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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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가는 깜짝 놀라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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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은 빙긋 웃으며 어디선가 술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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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고통을 잊게해주는 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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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몰아치던 옛날, 선조들은 살아남기 위해 얼음 깊은 곳에 몰래 이런 술을 빚었지요. 후세 사람들은 생활히 풍족해지고 행복해서인지 이런 술을 빚는 방법을 전부 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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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술병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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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남았어요. 당신은 내 가게와 인연이 있는 것 같으니, 돈은 안 받을게요. 물론 이게 당신이 정말 바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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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가는 가게 주인이 건넨 술잔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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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에 박혀 있던 보석은 뽑혀져 있었다. 그 빈자리가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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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보니 베이가는 분수대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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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었던 거지? 그녀는 조용히 생각하며 달빛 속에서 재빨리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한밤중이 되었으니 빨리 안 돌아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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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괴상한 가게뿐만 아니라 그 가게로 가는 방법, 거기서 생긴 일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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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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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며 울린 방울 소리가 먿자, 여우처럼 눈동자가 가늘고 긴 주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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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달빛처럼 빛나는 소년이 가게 뒤편에서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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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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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으로 그녀가 몇 번째 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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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일곱 번째네.」 소년이 잠시 머뭇거리며 물었다. 「이 술, 정말 효과 있어? 널 못 믿어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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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대답 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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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고통을 잊게해줘. 하지만 너희들의 과거가 그녀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이 술은 그저 잠시 너에 대한 그리움, 널 잃은 아픔을 잊게해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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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달만 보면 네 모습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점점 생각을 떠올리겠지. 하르파스툼에서의 만남,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서 보낸 오후의 시간, 맹세의 갑각에서의 경치 감상, 여름 축제에서 손잡고 도망갔던 기억, 시인 집회에서의 시와 새 깃털 망토 선물 등 그녀에겐 이 모든 게 평생 간직해야 할 추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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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정말 모든 걸 잊게해주는 술이 있어. 네가 원한다면 그녀에게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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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그는 한참 말이 없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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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넌 또 왜 그렇게 벗어나려고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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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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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슴 근처에서 반짝거리는 수정 구슬을 꺼냈다. 구슬에서는 부호가 은은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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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얻게 된 사람은 언젠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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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빨리 떠나는 게 낫지. 그녀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날 잊는 게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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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그녀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선택 받은 사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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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선택 받은 사람의 결말이 어떤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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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다급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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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대답 없이 옅은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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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야겠어. 이걸 얻게 되었으니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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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가 다시 온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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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녀 스스로 이겨내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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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남자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