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고대 바람의 경전은 경건한 바람 신의 신도들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지고 있다. 두껍고 색이 바랜 책장에는 수많은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있었고, 일부는 바람에 사라져버렸다. 고탑 위 폭풍의 군왕이 권위를 떨치던 그 시절, 경전에는 암담한 부르짖음이 기록되었다. 모래 같은 빙설이 사라지고 나서야 경전에는 새싹이 돋아나는 기쁨의 글로 가득 찼다. 옛 왕실이 꼭두각시를 내서워 백성들을 억압했을 때, 노예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경전에는 천풍을 향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몬드 사람들의 생활, 인내, 투쟁, 기쁨 등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귀중한 세월 동안 바람의 경전은 더 두꺼워지고 무거워졌다. 하지만 새로운 몬드가 세워지고 성당이 옛 귀족에게서 벗어났을 때 내버려진 게 달갑지 않았던 페보니우스 경전은 어느 순간 갑자기 성당의 보물창고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다. 이 책은 마치 몬드의 바람과 사람들 같기에 그 어떠한 구속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휘갈겨 써져있다: 바람 신의 자손이여, 영원히 기억하라: 바람에 날아온 중생은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절대 날 위해 슬퍼하지 말아라: 어둠 속 깊이 잠든 것은 나의 육신일 뿐 진정한 나는 이미 천풍의 일부가 되었노라. 꽃향기를 맡을 때,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거릴 때는 바로 내가 자유의 노래를, 바람의 노래를 흥얼거릴 때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