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에 둘러싸인 형광색 심해에선, 시간이 느리게 느껴진다 맑은 조개조차, 그 무구한 수명 탓에 뭔가를 곧잘 잊어버리곤 한다 와타츠미 주민은 어둠 속 깊은 해연을 뚫고, 심해의 기나긴 꿈과 작별을 고했다 어두운 밤, 용의 자손의 눈을 피해 형광빛 산호 계단을 타고 빛의 왕국으로 향한다 전설에 따르면 그 당시 모든 해연의 백성들은 그곳을 떠나기 전, 일족을 기념하기 위한 조개를 하나씩 챙겼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 시기에 일족을 잃어버린 고독한 자들이 일족의 새로운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 선조들이 남긴 고대 언어에서 이 맑은 조개는 「이별」이라고 불린다 닫혀버린 조개껍데기는 외부의 힘에 의해 이별하진 않겠지만,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개는 해연에게 고하는 선조들의 이별인 동시에, 햇빛 아래서의 새로운 생활의 시작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