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남기지 않은 야차와 함께 싸웠던 병사들은 동포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죽음을 택했다. 고통받는 백성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암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두건을 쓴 우두머리들이 솔선하여 심연을 향해 창을 날렸다. 재난이 강림한 유리의 땅엔 악연 깊은 적들이 샘처럼 솟구쳤고 야차는 암왕제군의 명에 따라 심연의 비뚤어진 피조물들과 혈전을 벌였다. 최후의 피 한 방울이 대지에 흘러들어 오염을 씻어내자 심연이 물러가고 유리 모래는 다시 반짝이는 빛을 되찾았고, 층암거연 상공의 짙은 안개가 흩어지자 야차는 모습을 감췄으며, 전장에 두건을 남긴 병사들도 이곳에 영원히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