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잔에는 여전히 마그마의 온기가 남아있다. 이건 불 위를 걷는 자의 술잔으로 수많은 지혜가 넘쳐흘렀다. 화염을 다루던 현자는 이 술잔을 손에서 장난감처럼 다뤘지만 고온은 술잔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사람들 사이에는 현자가 마그마를 술처럼 마신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현자는 소문에 대해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술은 고온에서 끝내는 증발해 버리지만 지성은 어떠한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다. 현자에게 술은 단지 천재의 조연제일 뿐이다. 취했을 때 머리에 스치는 약간의 불씨라도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말이 없는 술잔은 지혜가 불꽃에서 탄생하는 걸 직접 지켜봤다. 현자가 마지막으로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술잔에는 고고함이 넘쳐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