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의 재해를 정복한 존자가 사용하던 술잔, 어쩌면 그의 옛 주인은 보라색 번개를 담아 마셨을지도 모른다. 마물을 도살하던 존자도 인간인지라 얻음에 기뻐하고 잃음에 슬퍼하였다. 격노와 기쁨은 몰아치는 번개처럼 빠르게 다가왔고 또 빠르게 지나갔다. 이 자수정으로 만들어진 잔은 뇌전 정복자의 모든 희로애락을 지켜봤다. 친족이 공물이 되어 공양당할 때의 제사의 술이든, 혹은 잔 중 술을 빌려 용기를 북돋아 어두운 밤에 마수의 소굴에 들어갈 때, 그리고 그의 고독한 최후까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