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더미 속에 묻혀 사는 동안 학사는 생화를 볼 기회를 좀처럼 갖지 못했다. 서재 속에서의 고독함을 달래주기 위해 학사를 흠모하던 소년은 외지의 생화를 가져온다. 학사는 이 마음을 고이 간직하기 위해 생화를 바람에 말려 두꺼운 책에 끼워두었다. 그 후부터 온통 회색으로 가득 찼던 학사의 서재들에 또 하나의 화려한 색채가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