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카센 이로도리·스이코 편 나 초암은 속세를 멀리 떠났으니, 어찌 헛된 명성을 위해 세속에 분란을 일으킬 수 있으랴. 녹색 의복에 책자를 들고 천수각으로 향했건만, 아오이가 쓴 시집의 한 장이 사라졌도다. 엎드려 죄를 시인하고 쇼군님께 용서를 빌며, 머리를 조아려 황급히 기억을 되짚었노라. 간밤 주루에서 만취해 잠든 내 곁으로 한 그림자가 유유히 지나더라. 필시 간교한 자가 시를 훔쳤을 터, 천수각에서 체면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도다.